지금 당신이 격는 이 고통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가?
결코 그렇치 않다
두려움과 공포는 미숙함과 무지에서 나오는 것일뿐이다.
이 공포의 시간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가길 빌었다.
어느정도 체력과 정신력이 회복되었을 때 난 이 병에 대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너무 선급한 것이었지만 평생을 약물에 의존하여 생활해야한다는 암담한 현실이었다.
흔히들 "정신병원"의 환자로 남들이 알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인터넷을 통해 너무 쉽게 받아들였었다.
수시로 찾아오는 발작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이야기 하고 있었고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도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삶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로 두려움에 떨고 있던, 너무나 살고 싶어하던 나에겐 죽음을 직면할 용기가 없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흔히 말하는 정신병원을 찾아보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못했었다
이는 "정신병원 경력이 있으면 그걸로 인생 끝이다"는 무지의 산물로 인함이었다
막연한 두려움만이 내 삶을 지배하는 시기였다
잠을 자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들었다
그로 인해 대인 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이 같이 찾아왔다
혼자있다가 발작이 일어나면 어떠한 도움도 못 받고 죽을까봐 두려웠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나의 발작을 보고 멀어질까 두려웠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나 두려웠다.
죽음이 바로 등 뒤에있는 듯이 느껴졌었고 때때로 그 죽음은 내 눈앞으로 나오려 하는 듯 했다.
혼자있지도 못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지도 못하는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나의 상황은 이제 막 발병하여 최악으로 악화되었다가 아주 조금씩 평정심을 찾아가고 있었다
대략 4개월이 좀 더 걸린 것 같다.
그리고는 운명적인 약물 치료의 시기로 들어서게 된다.
한참을 생각한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 언제든지 뛰어 갈만한 거리에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에 언급했듯이 정신병원 경력으로 취업도 못하고 인생이 망가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집근처 신경정신과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 가서 내가 이차저차해서 내원했노라 했더니 검사부터 하자고 했다.
우선 증상에 대한 자가진단으로 설문지를 내어주었다.
그때 당시 총 13문항이 있었는데 그중 한가지 "자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항목을 제외하곤 모두 해당이 되었다.
ㅁ 갑자기 호흡이 가쁘고 숨쉬기가 곤란하다
ㅁ 현기증이 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ㅁ 심장이 빨리 뛰거나 두근거리고, 멎을 것 같다.
ㅁ 나도 모르게 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ㅁ 진땀이 많이 난다.
ㅁ 숨이 막힐 것 같다.
ㅁ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다.
ㅁ 주변 사물이 이상해보이거나 현실 같지 않아 보인다.
ㅁ 손발이 저리거나 무감각한 것 같다.
ㅁ 몸이 화끈거리거나 오한이 든다.
ㅁ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다.
ㅁ 죽을 것 같거나 나쁜일이 일어날 것 같은 공포감이 든다.
ㅁ 자제력을 잃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보통 위의 내용 중 신체증상 중 3가지, 심리증상 중 한가지 이상을 동시에 격으면 공황발작을 진단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발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게되면 공황장애 진단을 받게되는데
단적으로 13개 항목 중 12개가 해당되었으니 스스로 판단했을 때 심한 상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도 증상이 확연히 나타났다고도 했었다.
치료는 약물 치료와 심리치료 두가지를 동시에 진행했다.
약물은 사람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다르므로 강도를 조금씩 올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올리는 방식이었고
심리 치료는 내 속에 묻어둔 이야기 및 두려움을 입 밖으로 꺼내고, 그 이야기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부분을
일반적인 상황으로 내려주는 행위였다.
처음 심리적인 것으로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냐는 것이었는데 단번에 하신 말씀이
"아뇨, 이 병은 마음의 병이니 그 병만 치료한다면 절때 평생 약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죽음을 생각했던 나에겐 엄청난 소식이었다.
다음으로 약물의 강도였는데 처음 2알부터 시작한 약물은 10여 알까지 올라가도록 효과를 보지 못했었다.
약물의 강도는 거의 최고강도까지 올랐었고 마지막 한단계를 남기고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불안함과 공포감이 약을 복용하면 10여분 있다가 진정이 되는 것을 확인하기까지 약 1달 정도가 걸렸다.
이 때부터 일주일에 1번 혹은 2번의 치료가 진행되었고 그 기간은 1년 이상이 걸렸다.
심리치료는 항상 같은 패턴이었다,
마음에 불안한 요소를 이야기 하고 그 불안한 요소에 대한 일반적인 수준을 듣는 형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예민한 시기이기에 이 방식은 큰 효과를 발휘했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약물도 10여 알에서 차츰차츰 그 수량을 줄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한알이 줄어들면 약 1주일간은 약효가 많이 떨어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안정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안정기가 지나면 다시금 한알씩 줄이는 방법으로 한알의 약물을 섭취하는 수준까지 낮추고
최종적으로 약물을 끈어내는 수준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당신을 치료해 주시는 선생님은 당신의 완치를 마음 속 깊이 바라지는 안을 수 있다!!"
"그는 가능하다면 계속해서 자신의 병원에 오기를 바라고, 다시 재발해 주기를 바라며 치료에 임할 수도 있다"
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강한 이유 "난 그의 돈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내용을 마음 속 깊이 느끼게 된 상황도 있었다.
처음 약물 치료에 대하여 물었을 땐 아주 단호하게 "평생 약 먹을 필요 없습니다" 였으나 치료가 계속되면서
"평생 약을 먹어도 인체엔 아무런 해가 없습니다"로 바뀌어있었다.
이 병의 가장 큰 무서움은 "재발율 높다"는 것에 있는데
나 역시도 크게 한번 재발하였고 다시금 약물 및 심리치료를 했었다
재발하여 치료할 때 스스로에게 한 말이 있었는데 "난 이 사람의 돈줄이 되고 싶지 않다."였다.
그리고 심리치료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처음 치료할 때는 거의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위로하던 내용이
다시 치료할때는 내편보다는 남을 더 이해하는 방식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깨닫기 시작했다.
"마음의 병이라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조절 할 수 있다." 는 것을
"그 조절이 쉽지 않다면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거기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큰 재발 이후 작게 2번 정도 더 재발했었다
하지만 그땐 별도의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았다.
반알의 약물에도 내 스스로가 느낄 정도로 사람이 차분해지고 심지어 졸립기까지 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어쩜 나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인지도 모를 내용을 더 적는다.
누구나 소위 말하는 "가위"에 눌려봤을 것이다
나도 한때는 엄청나게 눌렸었다.
그 기분나쁜 느낌....
그 기분나쁜 느낌이 공황발작이 시작될 때의 느낌과 아주 비슷하다
어느날 가위에 눌릴 것 같은 느낌이 왔을 때 너무 자주 눌리던 때라
"에이 또 왔냐, 그냥 마음껏 눌러라 난 지금 너무 피곤하니까 자야겠다"
라고 마음 속으로 이야기 했다.
실제 강하게 눌려지는 압박감도 받았지만 "그래서 니가 날 죽일 수는 없잖아" 하고 말하고는 잠이 들어버렸다.
그 이후 크게 가위에 눌린적은 없었다.
공황발작, 공황장애 역시 두려움이 가장 큰 메카니즘이다.
두려움으로 움츠려들게 되고 그 움츠려듬이 증상을 악화시키고 악화된 증상으로 더욱 힘들어지게 되는 원리다.
그럼 간단히 두려움만 갖지 않는다면 증상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해주시던 말이 있다.
공황증의 증상은 아무런 준비없이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질주 한 후 몸에 나타나는 증상과 아주 똑같다는 것이다.
같은 증상이지만 난 달리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 그 두려움이 증상을 더욱 활발히 만든다는 것이다.
공황증이 최고 단계에 이르면 기절을 한다고 한다.
난 거기까지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단순히 100미터 달리기 이후의 증상이고 그 증상의 악화에 숨은 메커니즘이 두려움이라면
증상이 악화되지 안토록 "이거 왜이러지, 이러다 죽는거 아냐"라는 두려움 대신
"아!! 또 몸에서 착각하고 위험하다는 공수표를 날리는 구나"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럼 예민함에서 점점 더 벗어나게 되고 어느날 몸은 아무 이유없이 위험하다는 공수표를 날리지만
내 심리는 "뭐지??" 하며 그냥 넘어가 버리게 된다.
그렇게 완치가 된다.
공황장애에서 완치가 된 후 우연히도 몇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다만 나 역시 그러한 때를 격어봤고 지금은 완치가 되었다고만 말해준다.
아픔을 격고 있는 상태에서는 공감해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스스로에게 말하길 바란다.
단순한 감기와 같은 병이라고, 그리고 이 감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다시는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너무 힘들어 지금은 약물의 도움도 전문가의 도움도 받지만 금방 이겨낼수 있다고
이 병은 나를 죽일 수 없노라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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